2024.09.11.
오늘은 어떻게 보면 나 홀로 즐기는 몰타에서의 마지막 날.
모든 사람들이 몰타하면 꼭 가봐야 한다고 하는 “코미노섬”으로 가는 날이었어요. 동행 언니는 아침 일찍 섬 투어를 시작한다고 연락을 받았고, 시간이 맞으면 “블루라군”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느지막하게 준비하고 선착장에 도착해서 코미노섬으로 가는 페리 티켓을 구매했어요. 왕복 티켓이므로 분실에 유의하셔야 합니다.
탑승 시간을 기다리면서 선착장 옆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애플파이랑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더니, 어느새 탑승 줄이 길어져 있었어요. 파도가 높아서 페리를 타면서 커피를 마시는 게 쉽지 않아 블루라군까지 들고 갔답니다.
동행 언니는 이미 블루라군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물놀이를 하고 있겠다며 연락을 줬고, 저도 도착하자마자 언니가 말한 위치를 찾아 그 옆에 자리를 잡고 선크림을 바르며 물에 들어갈 준비를 했어요.
블루라군은 사람이 진짜 많고, 길이 험난해서 특히 발 조심해야 하는 곳이에요. 언니가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같이 물에 들어갔는데, 고조섬에서 봤던 물색과는 또 차원이 다른 색이었어요.
에메랄드빛을 띠는 바닷속이 어떨지 더 궁금해지면서, 들어가기 전부터 설레는 기분이 컸어요.
그리고 안전요원도 있어서 더 마음 편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었어요. 물 온도는 적당해서 너무 좋았고, 유일한 단점은... 조류가 상상이상으로 세서 어느 순간 입수한 위치로부터 멀어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열심히 헤엄쳤으나, 암튜브의 부력과 조류의 세기 때문에 훨씬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어요. '조류에 휩쓸린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를 온몸으로 느끼며 허우적대다가 간신히 나와서 쉬는데, 그늘이 없으니 또 너무 뜨겁더라고요.
수시로 일본에서 구매한 선스프레이와 선스틱으로 몸과 얼굴을 발라줬는데, 혹시 귀찮아서 안 발라도 되겠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절대절대 안 됩니다! 수영을 했으니 배가 고파졌고, 아침에 사둔 애플파이랑 커피를 마셨는데 역시나 꿀맛! 물놀이 후 먹는 모든 음식은 다 맛있는 것 같아요.
고프로를 들고 바다에 들어가는데, 언니는 이미 저 멀리 물만난 고기처럼 신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어요. 언니를 보니 너무 멋있다고 느껴졌어요 :) 저는 아직도 발이 닿지 않으면 무서운데, '언제 또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에서 수영을 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둥둥 떠다녔네요.
언니는 투어 시간에 맞춰 먼저 떠나고, 저도 옷을 말리고 “멜리에하”로 향했어요. 미리 찾아둔 식당으로 갔더니, 시간이 애매해서 음료만 주문 가능한 시간대였어요. 그래서 근처를 조금 둘러보고 다시 오기로 했는데, 조그마한 성당을 발견했어요. 들어가 보니 청소 중이었지만, 머무르는 것은 괜찮다고 하셔서 자리에 앉아 잠시 생각에 빠졌어요. 그런데 갑자기 온갖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몰려와 왈칵 눈물이 쏟아졌어요.
밖으로 나오니 다시 느껴지는 배꼽시계 덕분에, 외부에서 봤을 때 사람이 많아 보이는 곳에 들어갔어요. 토마토 베이스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주문했더니, 뇨끼 같은 파스타가 나와서 당황했지만, 맛있어서 야무지게 먹었어요. 그런데 식사 중 허벅지 부분이 간질거리고 따끔거리길래 '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밥을 다 먹고 다리를 확인했더니, 그냥 빨갛게 익어 있었어요. 외국인 친구들이 '햇빛 때문에 익는다'라고 표현했을 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크게 와닿지 않았지만, 제 몸으로 느끼고 나서야 그 의미를 알게 되었어요. 깜짝 놀라 숙소로 가기 전에 마트에 들러 알로에 젤과 선물 살 것을 사고,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씻고 알로에를 발랐는데... 와... 너무 따끔거려서 피부가 어디에 닿기가 두려울 정도였어요. 태어나서 이렇게 심하게 탄 건 처음이었어요.
정말 블루라군 가시는 분들, 선스프레이 말고 크림이나 선스틱 사용하세요! 선스틱을 바른 얼굴은 괜찮았는데, 스프레이를 뿌린 다리와 상체는 심각했어요. 특히 다리는 얼룩덜룩하게 탔고, 한국에 돌아가면 반바지는 못 입을 것 같아요...ㅎㅎ
내일은 독일 뮌헨으로 넘어가 친구와 함께할 예정이라 짐을 정리하며 몰타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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